[칼럼] 화장품에 프리바이오틱스, 정말 맞는 표현일까?

화장품에는 살아있는 균이 거의 없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프리바이오틱스 화장품",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살아있는 균(프로바이오틱스)이 존재하지 않는 화장품에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보존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수개월에서 수년의 유통기한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은 살아있는 균이 아니라 발효여과물, 균체용해물(Lysate), 발효추출물 등을 사용한다는 점이 여러 리뷰 논문에서 지적되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의 원래 정의
국제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학회(ISAPP)는 프리바이오틱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숙주 미생물이 선택적으로 이용하여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하는 기질"
즉 프리바이오틱스는 본질적으로 미생물이 이용하는 먹이(substrate) 이다.
원래 이 개념은 장내 미생물 연구에서 출발하였다.
이눌린(Inulin), 프락토올리고당(FOS), 갈락토올리고당(GOS) 같은 물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장내 유익균의 증식을 선택적으로 돕는다.
그렇다면 피부에서는?
최근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는 피부 표면에도 다양한 상재균이 존재하며 이들 역시 특정 영양원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피부에 도포된 특정 당류나 올리고당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피부용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리뷰 논문들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프리바이오틱스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즉,
"피부에 존재하는 상재균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라는 의미에서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성립한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해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소비자는
- 프로바이오틱스 = 유익균
- 프리바이오틱스 = 유익균 먹이
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화장품에는 실제로 살아있는 유익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는
"유산균 화장품이니까 유산균이 들어있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제품은
- 락토바실러스 발효물
- 비피다 발효여과물
- 균체용해물
- 발효추출물
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프로바이오틱스"라는 표현이 실제 성분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프리바이오틱스"라는 용어 역시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화장품에서 더 정확한 표현은?
최근 국제 학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보다 오히려 다음 용어들을 더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 Probiotics | 살아있는 미생물 |
| Prebiotics | 미생물이 이용하는 기질 |
| Postbiotics | 미생물 대사산물 또는 비활성화 미생물 유래 성분 |
| Lysate | 균체 파쇄물 |
| Ferment Filtrate | 발효여과물 |
현재 시판 화장품의 상당수는 사실상 Postbiotic 또는 Ferment Filtrate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
결론
"화장품에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 틀렸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피부에도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을 선택적으로 이용시키는 기질이라는 측면에서 프리바이오틱스 개념은 충분히 성립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가 기대하는 "유익균을 넣은 화장품"과 실제 제품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 사용되는 "프리바이오틱스 화장품"이라는 표현은 과학적 용어라기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 친화적 스킨케어를 설명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해석이다.
우리가 바르는건 식품이 아니라 화장품 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