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술 생존기 #5. 무장해제, 그리고 첫 번째 목소리

친적 누나의 추천을 받고 주말 예약을 위해 송도 '김영효 이비인후과'를 검색해 보았다. 후기들을 읽어 내려가다 유독 시선이 멈춘 곳이 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비뚤배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 후기였다.
'아, 아이들도 수면무호흡 때문에 수술을 하는구나…….'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수술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린아이들도 이 병원을 믿고 수술을 받아 숨길을 찾았다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사 편지를 보니 병원에 대한 신뢰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거울 속의 나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마흔여섯이 되도록 내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않고, 미련하게 병원을 멀리해 왔던 내 자신이 참 멍청하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병원에 대한 이유 없는 거부감이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내 무지를 이용해 괜히 몹쓸 병이라도 걸린 듯 겁을 주고,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일삼을 것 같다는 막연한 편견 때문이었다. 병원이라는 공간 앞에서만큼은 발가벗겨진 듯 나약해지는 기분이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모든 환자들은 똑같은 생각을 할것이다.
" 쓸대없는 비용이 지출되면 어쩌지? 진짜 필요한 진료일까?"
하지만 이 병원의 홈페이지를 살피다 마주한 문구는 조금 달랐다. "환자에게 꼭필요한 진료만 합니다." 단순한 마케팅 문구일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열어주었다.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댔다.
"네, 김영효 이비인후과입니다."
친절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이 병원은 전화 상담부터 결이 달랐다. 무조건 "와서 의사 선생님 보셔야 해요"라며 전화를 끊으려던 이전 병원들과는 달랐다. 똑같이 내원을 안내하더라도 왜 먼저 방문을 해야 하는지, 오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 검사가 진행되는지 환자의 눈높이에서 막힘없이, 그리고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상담원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 나 이제 정말 치료를 시작하는구나.'
그렇게 기다리던 주말이 되었고, 나는 마침내 송도 김영효 이비인후과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진료실에서 마주한 김영효 전문의 선생님은 내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맑고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선생님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내 진료를 시작하셨다.
우선 내 코 안을 꼼꼼히 살피시더니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셨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 띄워진 내 코 내부 사진을 손으로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해 주기 시작하셨다. 수면무호흡이라는 증상이 내 몸 구조에서 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현재 내 코의 상태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 이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어떤 검사들을 거쳐야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차근차근 풀어내시는 설명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단순히 "수술해야 하니까 날짜 잡으라"던 다른 병원의 오만함과는 차원이 다른 진료였다. 왜 이 검사가 필요한지 환자인 나를 완벽하게 납득시켜 주는 의사의 태도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 병원 하나는 정말 잘 골라 왔구나' 하는 강한 확신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가슴을 짓누르던 막연한 거부감은 사라지고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다.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더 정확한 콧속 뼈와 조직의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당일 바로 CT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숨길을 막고 있는 원인을 뼈 한 조각, 연골 한 조각까지 낱낱이 파헤쳐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코골이 수술의 가장 핵심적인 이정표이자, 내가 잠든 사이 내 몸이 얼마나 질식하고 있는지 수치로 증명해 줄 '수면다원검사' 일정도 잡기로 했다.
진료실을 나와 검사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감동은 이어졌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바쁜 내 업무 일정을 마치 본인들의 일처럼 진심으로 배려해 주셨다. 세심하게 스케줄을 함께 고민하고 맞춰주시는 친절함에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양손에 든든한 검사 예약증을 쥐고 병원 문을 나서는 길, 맑은 송도의 주말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미련하게 방 문을 닫아걸고 외면했던 시간들을 지나, 마침내 내 몸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최고의 파트너들을 만났다.숨길 찾기 여정의 출발선이, 무척이나 다정하고 기분 좋게 느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