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술 생존기 #6. 호텔 같은 밤, 그리고 몇 년 만의 숙면


시간은 흘러 드디어 다음 주 주말이 되었다. 코골이 수술 여정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자, 내가 잠든 사이 내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데이터로 증명해 줄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사실 출발 전부터 주차비 걱정이 앞섰다. 주차비가 살벌하기로 악명 높은 송도 국제도시가 아닌가. 게다가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주차를 해야 하니 비용이 꽤 나오겠다 싶었는데, 병원 측에서 검사가 끝나고 나갈 때까지 주차비를 전액 무료로 지원해 준다고 했다. 지갑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채 운전대를 잡았다.
검사는 낮에 진료를 보던 본관 맞은편에 위치한 별도의 전용 검사실에서 진행되었다. 밤 9시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낮 동안 카카오톡을 통해 '커피 마시지 않기', '낮잠 자지 않기' 등 검사 당일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상세하게 미리 일러준 덕분에 무사히 수칙을 지키며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9시 정각,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내심 놀랐다. 삭막한 병원 병실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눈앞에 고급 호텔 객실을 연상케 하는 아늑하고 깔끔한 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편안함이 감도는 공간에서 병원이 준비해 둔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곧이어 수면다원검사를 전담하시는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내 온몸에 정밀 센서들을 하나씩 붙여가며, 검사 중 주의해야 할 점이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특히 머리에 센서를 고정하기 위해 끈적한 유기 액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검사실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깨끗이 씻고 가시면 됩니다"라며 세심하게 안내해 주는 모습에 또 한 번 깊은 배려를 느꼈다.

사실 나는 원체 낯선 환경이나 잠자리가 바뀌면 잠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예민한 타입이다. 게다가 온몸에 무수한 선들을 주렁주렁 달고 자야 하니 걱정이 앞섰다. 이런 성향을 미리 말씀드렸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수면유도제를 처방해 주셨고, 나는 센서를 온몸에 칭칭 감은 기괴한 비주얼 속에서도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 무수한 센서들을 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자마자 스르륵 깊은 수면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도대체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숙면인지 모를 정도였다. 매일 밤 나를 괴롭히던 목구멍의 갈증도, 아침의 찌뿌둥함도 느낄 새 없이, 정말 오랜만에 지독할 정도로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잤다. 온몸에 센서를 달고서야 인생 최고의 잠을 자다니, 묘한 아이러니였다.
눈을 뜨니 어느새 눈부신 아침이었다. 전담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들어오셔서 밤새 내 몸을 지켜주던 센서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떼어내 주셨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선생님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결과가 나오면 어떤 절차를 통해 안내받고 다음 진료를 잡으면 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잡은 내 마음은 묘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밤새 저 침대 위에서 내 몸은 어떤 신호를 보냈을까. 마흔여섯의 나를 괴롭히던 그 지독한 피로의 실체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드러날 생각을 하니, 다가올 결과가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일요일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