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수술 생존기 #7. 무료 사용 기간의 종료, 그리고 세 가지 수술

한창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평일 낮,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수면다원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내원하라는 메시지였다. 순간 묘하게 가슴이 일렁였다. 내 밤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긴 성적표를 받아 드는 기분이랄까. 서둘러 다시 주말 진료를 예약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송도 김영효 이비인후과의 문을 열었다.
진료실에 앉자 김영효 의사 선생님은 내 검사 결과지를 화면에 띄우셨다. 그리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시더니, 묵직한 한마디로 설명을 시작하셨다.
"최근에 제가 본 환자분들 결과 중에 가장 안 좋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장난기 없는 진지함과 걱정이 가득 묻어났다. 선생님이 짚어주신 내 밤의 데이터는 그야말로 처참한 전쟁터였다.

📊 나의 수면다원검사(PSG) 성적표
- AHI (무호흡-저호흡 지수): 72.8
- 정상은 5 미만, 30 이상이면 최고 단계인 '중증'인데 나는 72.8이 나왔다. 수면 시간 동안 평균 50초마다 한 번씩 숨이 완전히 막혔다는 뜻이다. 밤새 무려 281번이나 질식을 경험했다.
- ODI (산소포화도 저하지수): 70.4
- 숨이 막힐 때마다 몸속 산소가 바닥을 친 횟수다. 1시간에 70번씩 뇌와 장기에 산소 공급이 끊겼으니, 아침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픈 게 당연했다.
- 각성 지수와 수면 구조의 붕괴
- 숨을 쉬기 위해 뇌가 밤새 281번을 깜짝 놀라 깨어났다. 내 몸을 회복시키는 '깊은 잠(N3)'은 고작 **7.4%**에 불과했다. 밤새 숨 쉬느라 육탄전을 벌였으니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서 깊은 잠이 N3지수인데 20정도가 되야 안좋네요 정도인데 난 7%뿐이었다.
"지금 몸 상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예요."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만 한다는 신념을 가진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꼭 수술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오히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치료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선생님은 이어 촬영했던 CT 사진을 띄우며 구체적인 수술 계획을 설명해 주셨다. 숨길을 열기 위해 무려 세 가지 수술이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좁아진 기도를 넓히고 코 구조를 바로잡는 수술과 더불어, CT상에서 발견된 축농증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내 왼쪽 코를 막고 있던 싹 걷어내어 온전한 숨길을 찾아주겠다는 정밀한 지도였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문득 인터넷에서 보았던 글귀 하나가 가슴을 후벼팠다. '40대가 넘어가면 인간 몸의 무료 사용 기간은 끝난다.' 정말 절실하게 와닿는 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련하게 이 지경이 되도록 몸을 방치했던 내 자신이 참 답답했다. 어릴 때 운동을 하면서부터 '엄살 부리지 않고, 아파도 꾹 참고 묵묵히 사는 게 미덕'이라고 믿어왔다. 남들도 다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미덕이라 믿으며 참아내는 사이, 내 몸은 매일 밤 산소가 없어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몸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당일 퇴원도 가능하지만, 확실한 안전과 회복을 위해 하루 정도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선생님의 권유에 흔쾌히 입원을 결정했다.
상담을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수술을 위한 본격적인 사전 절차가 시작되었다. 소변 검사, 피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 수술대 위에 오르기 전 내 몸의 기본 밸런스를 체크하는 검사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어서 간호사 선생님께서 수술의 전체적인 과정과 대략적인 비용, 그리고 입원 시 필요한 준비물들을 내 스케줄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이제 남은 건 가장 중요한 수술 날짜를 확정 짓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이라는게 늘 스케줄과의 전쟁이다. 마침 회사에서 대규모 국제 박람회에 참가해야 하는 중대한 일정이 겹쳐 있었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는 입장이라 난감했고, 병원 측의 눈치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께 "회사에 큰 국제 박람회 일정이 잡혀서 조심스러운데, 스케줄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요?" 하고 여쭈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김영효 의사 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너무나 마음 편안한 대답을 건네주셨다.
"수술 일정 같은 건 원래 병원이 아니라 환자분 편한 날짜에 맞추는 겁니다. 걱정 마세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환자의 생업과 일정을 이토록 전적으로 배려해 주는 병원이 대한민국에 몇 군데나 있을까. 환자를 돈벌이 수단이나 기계 부품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속으로 '아, 무조건 이 병원에서 해야겠다!'라는 확신이 백 퍼센트를 넘어 천 퍼센트까지 차 올랐다.
결국 박람회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이달 말일 목요일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목요일 입원 및 수술, 금요일 퇴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스케줄이었다. 기분 좋게 수술 예약금을 결제하고 병원을 나서려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내 어깨를 다독이며 묵직한 조언을 건네주셨다.
"이제부터 제대로 몸 리모델링 한번 해봅시다. 수술한다고 해서 양압기가 아예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살도 더 빼셔야 하고, 궁극적으로 건강해지셔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체중 감량을 돕는 위고비 같은 치료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적극 추천합니다. 수술을 통해 밤새 숨길을 열고 품질 높은 수면을 취하게 되면, 몸의 대사도 좋아지고 여러 측면에서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 꼭 건강해집시다."
그 담담하고 진심 어린 말씀이 내 귀에는 묘하게 다른 의미로 치환되어 들려왔다.
'그동안 남들 챙기고, 참 열심히 사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는 당신 몸도 좀 챙기며 살아봅시다.'
지금까지, 늘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묵묵히 버텨온 내 삶 전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위로였다. 늘 참는 게 미덕인 줄 알고 채찍질만 해왔던 내 지친 육신에게, 비로소 제대로 된 선물을 줄 기회가 온 것이다.
병원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룸미러에 비친 내 얼굴은 참 오랜만에 편안해 보였다. 예약증에 적힌 날짜를 보며 긴장보다는 묘한 설렘이 차올랐다. 성게를 삼키는 통증이 기다릴지언정 상관없다. 내 돈과 내 의지로 내 인생을 다시 고쳐 쓰는 '몸 리모델링'의 진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