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닫힌 문 뒤에서 보낸 달콤한 평화는 영원할 줄 알았다. 연구원으로서 치열하게 살아오며 어느덧 마흔여섯.
마침내 연구소 소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왕관을 쓴 자의 무게만큼 일은 말도 못 하게 많아졌고, 책임감은 어깨를 짓눌렀다. 주로 책상에 앉아 도면과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연구직 특성상 활동량은 극도로 적었고, 출장과 미팅으로 운전대를 잡을 일은 넘쳐났다.
언제부터였을까. 쏟아지는 졸음과 지독한 피로가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다. 나이도 어느덧 마흔여섯이고, 하루 종일 앉아서 머리를 쓰고 운전을 하니 피곤한 게 당연하다고, 소장이 되어 업무 과부하가 걸렸으니 체력이 떨어진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하지만 그 피로는 무언가 이상했다.
단순히 '피곤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온몸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매일 아침 치르는 전쟁이었다. 자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지독한 갈증. 이제는 낮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가 뇌를 마비시켰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쏟아지는 졸음은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체력이 떨어진 수준이 아니라, 몸 안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복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결국, 살 때문이구나."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유도를 그만두고 118kg까지 불어나 버린 이 육중한 몸이 문제였다. 과거 엘리트 체육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운동화를 끈을 동여맸다. 죽기 살기로 몸을 움직였고, 독하게 마음먹은 끝에 10kg 이상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몸무게 숫자는 줄었지만, 아침의 통증과 낮의 피로감은 단 1도 좋아지지 않았다. 이상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살을 빼는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고,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살이 찌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라졌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내 몸의 대사 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나 버렸다는 서늘한 자각이 들었다.
그제야 닫아걸었던 방 문 너머의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범인은 업무 스트레스도, 단순한 노화도 아니었다. 10kg을 빼도 여전히 내 목구멍을 막고 있던 좁아진 기도, 그리고 매일 밤 아내를 피해 도망쳤던 그 '각방' 안에서 나를 질식시키고 있던 지독한 수면무호흡증.
살이 쪄서 코를 고는 게 아니라, 코를 골아 잠을 못 자니 살이 빠지지 않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혔다는 사실을, 나는 마흔여섯의 처절한 피로 속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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