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규제 대전환, '표준의 표준'부터 다시 짠다 — 원료사가 지금 챙겨야 할 것
중국이 화장품 규제 체계를 개별 제품의 등록·허가 심사 수준을 넘어 표준체계 자체를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 사이에만 ▲제품별 표준의 공통 틀이 되는 통칙 신설 ▲40년 만의 안전기준 전면 개정 ▲신원료 목록 편입 ▲금지성분 시험법 마련 ▲이상반응 보고 지침 구체화까지 다섯 갈래의 규제 정비가 동시에 진행됐다.
중국에 원료를 공급하거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라면, 세부 기준이 확정되기 전인 지금부터 방향성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1. '표준의 표준'이 처음 생겼다 — YY/T 10006-2026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은 지난달 말 화장품 산업표준 **YY/T 10006-2026 '화장품 제품표준 통칙(化妆品产品标准通则)'**을 발표했다.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기존에는 제품군별로 표준이 개별적으로 존재했다면, 이번 통칙은 어떤 제품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정하는 상위 원칙을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제품의 제형·제조공정·효능·사용 부위·사용 방법에 따라 화장품의 범주를 나누고, 각 범주별로 원료 요건·기술지표·검사 기준을 설정하는 틀 자체를 규정한 것이다.
씻어내지 않는 모발 제품과 일반 모발 세정제품처럼 겉보기엔 같은 카테고리라도 사용법이 다르면 별도 기준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제품표준에는 명칭·분류·요구사항뿐 아니라 시험방법, 검사규칙, 표시·포장, 운송·보관까지 포함된다. 생산 단계의 품질관리에 그치지 않고 유통 과정까지 표준 범위에 넣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 40년 된 '위생표준'이 '안전표준'으로 — GB 7916-2026
더 상징적인 변화는 국가표준 쪽에서 나왔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이 지난 7월 30일 **GB 7916-2026 '화장품 안전 일반 요구사항(Cosmetics — General safety requirements)'**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1987년 제정된 GB 7916-1987 '화장품 위생표준'이 40년 만에 폐지되고, 신규 표준은 202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기존 '위생표준'이 완제품의 위생 상태 확인에 방점이 있었다면, 새 표준은 원료 → 제품 → 포장·표시 → 유통·보관에 이르는 전 과정 안전관리 체계로 범위를 확장했다. 중국 당국 스스로도 이를 '위생표준에서 안전표준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변화는 위험기반(risk-based) 차등 관리다. 노출 경로·사용 부위·사용 대상에 따라 미생물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데, 일반 화장품의 균락총수(세균 집락 수, CFU/g) 기준이 1000 CFU/g인 반면 어린이 제품, 눈가·속눈썹·입술 등에 쓰는 제품은 100 CFU/g으로 10배 엄격하게 관리된다.
유해물질(수은·납·비소·카드뮴 등) 관리에서도 단순 검출 여부가 아니라 한계값과 안전성 평가를 통해 위해 수준을 판단하도록 정비됐다.
3. 미생물 시험 기준: 중국 개정 전후 vs 한국 비교
이번 개편에서 원료사·제형 연구원이 가장 체감하기 쉬운 부분은 미생물 한도(균락총수, Total Aerobic Microbial Count) 기준이다. 중국은 기존 위험군 분류(눈·입술·어린이용 500 CFU/g·mL)를 한 단계 더 강화해 100 CFU/g·mL로 낮췄고,[^2] 한국은 아직 500 CFU/g·mL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양국 기준의 격차가 새로 벌어졌다.
| 일반 화장품 균락총수 | 1,000 CFU/g·mL 이하 | 1,000 CFU/g·mL 이하 (변동 없음) | 1,000개/g·mL 이하 |
| 어린이·눈가·입술 등 민감부위 제품 | 500 CFU/g·mL 이하<br>(눈부위·구순·어린이 화장품) | 100 CFU/g·mL 이하<br>(12세 이하 어린이 + 눈가·속눈썹·입술 제품, 일반 대비 10배·기존 대비 5배 강화) | 500개/g·mL 이하<br>(영유아용·눈화장용 제품류) |
| 진균·효모(곰팡이) 총수 | 100 CFU/g·mL 이하 (전 제품군 공통) | 100 CFU/g·mL 이하 (동일 유지) | 별도 통합 기준 없음(물휴지 항목에서만 규정) |
| 물휴지 | 별도 기준 없음 | 제품표준 통칙(YY/T 10006)에서 개별 규정 예정 | 세균·진균 각각 100개/g·mL 이하 |
| 병원성 특정균(대장균군·황색포도상구균·녹농균) | 불검출 | 불검출 (내열대장균군 등 용어 정비) | 대장균·녹농균·황색포도상구균 불검출 |
| 어린이(child) 연령 기준 | 3세 또는 14세 이하로 표기 혼재 | 12세 이하로 명문화(ISO 17516은 3세 이하에만 균락총수 한도 적용, 중국은 이보다 넓은 범위에 강화 기준 적용) | 영유아(3세 이하)·어린이(4~13세)로 구분 표시하되, 미생물 기준 자체는 "영유아용 제품류"로 통합 적용 |
구분 중국 개정 전(화장품안전기술규범, 2015년판)
중국 개정 후 (GB 7916-2026, 2028.1.1 시행)
한국(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몇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 중국의 강화 폭이 실질적으로 크다. 어린이·눈가·입술 제품의 균락총수 기준이 500 → 100 CFU/g·mL로 낮아진 것은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일반 제품 대비 관리 강도를 10배로 벌린 조치다. 같은 카테고리 제품이라도 방부 처방(보존제 시스템)의 항균력 여유(마진)를 다시 검증해야 할 수 있다.
- 적용 대상 연령이 국제 기준보다 넓다. ISO 17516은 3세 이하 영유아용 제품에만 엄격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중국은 12세 이하까지 확대 적용한다. 국내에서 '어린이용'으로 표시·광고하는 브랜드에 원료를 공급하는 경우, 대상 연령을 3세가 아닌 12세 기준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 한국은 아직 500 CFU/g·mL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규정상 영유아·눈화장용 제품류의 기준은 500개/g·mL로, 이번 중국 개정 이후에는 같은 카테고리에서 한국보다 중국이 5배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 중국向 수출 원료·제품을 개발할 때는 한국 기준 통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 한국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국의 세분화 흐름과 별개로, 국내에서도 미생물 기준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고시 개정 동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4. 원료·시험·사후관리까지 동시에 정비
같은 8월, 규제의 각 단계에서 세부 조치도 이어졌다.
- 신원료 편입: NMPA는 8월 19일 아젤라미도프로필다이메틸아민, 세틸다이글리세릴트리스(트라이메틸실록시)실릴에틸다이메티콘, β-니코틴아마이드모노뉴클레오타이드(NMN), 바쿠치올 등 4종을 3년간의 안전성 모니터링을 마치고 '기사용 화장품 원료 목록(IECIC, Inventory of Existing Cosmetic Ingredients in China)' II에 추가했다.
- 금지성분 시험법 마련: 8월 3일 디클로페낙나트륨, 우로트로핀에 대한 보충검사방법(BJH 202601·202602)이 발표됐다. 규제 대상 성분을 실제로 검출·정량할 수 있는 구체적 시험법이 갖춰진 것이다.
- 이상반응 보고 구체화: 중국 국가화장품부작용감시센터(CDR)는 8월 27일 '화장품 이상반응 자체점검 보고서 작성 지침'을 발표하고, 중대한 이상반응은 인지 시점부터 20일 이내 자체점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 세 줄 요약
- 표준 체계의 위계가 생겼다: 개별 제품표준 위에 이를 관장하는 통칙(YY/T 10006)이 처음 만들어졌다.
- 관리 범위가 완제품에서 원료·유통까지 확장됐다: '위생표준'에서 '안전표준'으로의 전환은 원료 단계부터의 안전관리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 일률적 규제에서 위험기반 차등 규제로 이동했다: 사용 대상·부위의 위험도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접근이 국가표준에 명문화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통칙 자체에 구체적 기준값이나 시험항목이 담긴 것은 아니어서, 실제 기업 부담은 향후 제품군별 세부 표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원료사가 지금 해야 할 일
세부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선제 대응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원료 서류 체계를 IECIC 기준으로 재점검한다: 신원료 등재 절차(3년 모니터링 후 편입)를 감안해, 중국向 신원료 등록을 준비 중이라면 일정 자체를 장기 로드맵으로 잡아야 한다.
- 미생물·유해물질 스펙을 위험기반으로 이원화한다: 어린이·아이 메이크업·립 제품용 원료라면 100 CFU/g 기준을 충족하는 스펙과 시험성적서를 별도로 준비해 둔다.
-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중국 표준을 반영한다: 통칙이 제형·사용부위별 범주 설정을 요구하는 만큼, 국내 제형 연구원이 처방을 설계하는 시점부터 중국 카테고리 분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이후 수정 비용을 줄인다.
- 금지성분 시험법 갱신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시험법이 신설되면 그동안 확인이 어려웠던 불순물·잔류물도 정량 검출이 가능해지므로, 원료 스펙 관리 항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이상반응 보고 대응 체계를 사전 구축한다: 중국 내 책임자(등록인·신고인)를 통한 20일 이내 보고 요건에 맞춰, 원료 단계에서부터 이상반응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중국 규제 당국의 이번 재·개정을 단순한 '규제 강화'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기준을 명확히 세분화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부 표준이 하나씩 확정되는 시점마다 원료 스펙과 인증 서류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담당 조직 내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두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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